부산시는 재정이 좋은데 왜 자치구는 가난할까? 세원구조가 만든 격차

부산시는 서울 다음으로 재정 규모가 큰 도시다. 2026년 예산 기준 부산광역시 통합회계 예산은 19조 원이 넘는다. 런데 정작 부산 아래 16개 구·군은 평균 재정자립도가 17%대에 그친다. 광역시 살림은 괜찮은데 왜 자치구는 가난한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나라 광역·기초지자체 사이의 세원 배분 구조 자체가 이렇게 만들었다.

광역시와 도의 지방재정 격차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1. 부산 자치구가 가난한 첫 번째 이유, 세원이 광역시로 몰린다

내려갈수록 재정이 빈약해지는 것은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다만 광역시는 그 정도가 유난히 심하다. 지방세기본법 제8조를 보면 특별시·광역시에 귀속되는 시세에는 취득세, 지방소비세, 지방소득세, 주민세, 자동차세, 담배소비세 등 대부분의 세목이 포함된다. 반면 자치구가 세울 수 있는 구세는 등록면허세와 재산세 정도에 불과하다.

여기서 핵심은 지방소득세다. 부산의 대기업이 번 이익에 붙는 법인지방소득세는 광역시 단위에서는 시 본청에 귀속된다. 금융·물류업체가 발생시키는 소득세도 마찬가지다. 그 돈은 부산시 재정이 되지, 부산진구나 영도구 살림으로 그대로 내려가지 않는다. 자치구 예산의 상당 부분은 부산시가 시세로 걷은 돈을 조정교부금으로 나눠 주는 데 의존한다.

광역시로 몰리는 지방세 세원을 나타내는 일러스트

산업 기반이 약한 원도심 구는 자체 세원(재산세 등)이 더 적어 더욱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2. 숫자로 보는 부산 자치구의 재정

숫자로 보면 더 명확하다. 부산시 본청을 뺀 16개 구·군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7.79%다. 자체 수입만으로 예산의 20%도 못 채운다는 뜻이다. 구별로 보면 영도구가 9.5%로 가장 낮고, 북구(9.9%), 서구(12.4%), 동구(14.8%)가 그 뒤를 잇는다. 상대적으로 나은 곳은 공단이 몰린 강서구(39.6%)와 기장군(28.1%), 해운대구(24.9%) 정도뿐이다.

부산 내 자치구 간 재정 격차를 나타내는 일러스트
자치구재정자립도(2026)특징
영도구9.5%부산 최저
북구9.9%주거 밀집
서구12.4%원도심
동구14.8%복지지출 56%
강서구39.6%공단·물류 집중

문제는 구 사이 격차가 아니라, 이 격차가 해소될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부산 내 자치구 간 재정자립도 격차는 2008년 서울이 공동재산세를 도입하던 당시의 격차보다 오히려 크다는 분석도 있다. 강서구와 영도구는 4배 이상 벌어져 있다. 세원이 많은 곳과 적은 곳이 고착화된 채 의존재원 배분만으로 연명하는 구조다.


3. 광역시와 도는 세원 배분이 정반대다

부산 자치구의 고민을 들여다보면 한 가지가 분명해진다. 광역시 구조에서는 세원이 광역시 본청으로 몰리는 반면, 도(道) 구조에서는 세원이 시·군으로 쏠린다는 점이다. 같은 지방세라도 ‘광역시인가, 도인가’에 따라 기초단체가 직접 얻는 세목이 완전히 달라진다. 지방세기본법 제8조의 세목 배분을 대비해 보면 이해가 빠르다.

구분부산(광역시) 구조경기도(도) 구조
광역(본청)이 직접 걷는 세목취득세·지방소비세·지방소득세·주민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 등취득세·지방소비세·등록면허세·레저세·지방교육세·지역자원시설세
기초가 직접 걷는 세목구세 = 등록면허세·재산세시·군세 = 지방소득세·주민세·재산세·자동차세·담배소비세
법인지방소득세 귀속광역시(시 본청)시·군
결과시는 채우고 자치구는 빈다시·군은 채우고 도는 빈다

부산은 ‘시가 두껍고 구가 얇고’, 경기도는 ‘도가 얇고 시군이 두껍다’. 표면적으로는 정반대지만, 세원이 발생하는 곳과 재정 수요가 생기는 곳이 어긋나 있다는 근본 문제는 같다.


4. 고정된 복지 지출이 재량을 옥죈다

게다가 가난한 자치구일수록 사회복지 의무지출 부담이 크다. 부산 동구의 경우 전체 세출의 56%가 사회복지 분야에 나간다. 기초연금, 노인 돌봄, 장애인 복지 같은 항목은 예산이 적다고 줄일 수 없다. 자체 세원이 적은 구는 이 고정지출이 재정을 더욱 옥죄어, 도시재생이나 생활 인프라 같은 자체 사업은 뒷전으로 밀린다.

세원이 없는 곳은 정책을 펼 여지 자체가 없다는 게 문제다. 광역시가 아무리 재정이 좋아도, 그 돈이 주민 삶의 현장인 자치구로 충분히 흐르지 않으면 체감은 달라진다.


5. 경기도는 정반대…도가 비어 있고 시군이 채운다

재미있는 건 경기도는 부산과 정확히 반대의 문제를 앓고 있다는 점이다. 추미애 경기도지사는 2026년 8월 초 ‘경기도 재정 비상 상황’을 공식 선언했는데, 그 배경에 세원 구조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도 구조에서는 법인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지방소득세가 시·군세로 잡혀 31개 시·군에 귀속된다. 신도시를 조성하고 기업을 유치하는 데 드는 교통·소방·복지·기반시설 비용은 도가 부담하는데, 개발과 기업 활동으로 생기는 세수는 시군이 가져간다. 도는 비용만 지고 세수는 못 챙기는 셈이다.

경기도 도는 비고 시군으로 세원이 흐르는 모습을 나타내는 일러스트

실제로 경기도 전체 예산은 약 41조7000억 원이지만, 도가 정책적 판단으로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재원은 3조5000억 원에 불과하다. 열 분의 일도 안 되는 규모다. 나머지는 국비 매칭 사업, 시군 조정교부금, 법정 복지지출처럼 쓰임새가 이미 정해진 돈이다.

거기에 경기도는 서울과 달리 지방소득세가 없고 도세의 절반 이상이 취득세에 몰려 있다. 부동산 거래가 줄면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실제 취득세 수입이 2022년 11조 원에서 올해 약 8조 원으로 30%가량 줄었다.


6. 결국 같은 질문, 누가 인프라 비용을 나누는가

부산과 경기도는 표면적으로 반대지만 근본은 같다. 세원이 발생하는 곳과 재정 수요가 생기는 곳이 어긋나 있다는 것. 광역단체가 돈을 움켜쥐면 자치구가 가난해지고, 기초단체로 세원이 가면 광역단체가 가난해진다. 어느 쪽이든 인프라와 복지라는 비용을 나눠 내는 기준이 ‘누가 세금을 잘 걷느냐’가 아니라 ‘사업이 어느 행정 단위에서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으니 불균형이 생기는 건 당연하다.

지역 간 세원 재배분으로 균형을 맞추는 모습을 나타내는 일러스트

추 지사는 해법으로 지방소비세 확충과 반도체 같은 기업 세수의 합리적 배분, 국고보조사업의 지방비 부담 완화를 꺼내 들었다. 부산 쪽에서도 자치구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해 공동재산세 도입 논의가 나온다. 어느 쪽이든 골자는 같다. 세원이 어느 한 단위에 쏠리지 않게, 실제 재정 수요와 수입이 맞물리도록 배분 규칙을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7. 지역 균형은 세금 배분에서 시작된다

부산시만 놓고 보면 재정이 튼튼하다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 아래 자치구가 체감하는 재정은 전국 최하위권이다. 광역·기초 간 세원 배분이 바로잡히지 않으면, 부자 동네 구와 가난한 동네 구의 격차는 앞으로도 해소되기 어렵다.

경기도 사례가 시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세입 구조를 손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놔도 돈이 없어 실행할 수 없다. 지역 불균형 얘기를 할 때 항상 땅 면적이나 인구부터 거론하지만, 정작 싸움의 핵심은 어느 단위가 얼마의 세금을 가져가느냐, 그 배분 규칙에 있다. 두 광역단체가 각자 자기 쪽에서 이 문제를 꺼낸 건, 그 구조가 이제 더는 참고 넘길 수준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이 게시물이 얼마나 도움되었습니까?

평점을 매겨주세요

평균 평점 0 / 5. 투표수 : 0

가정 먼저, 게시물을 평가 해보세요

댓글 남기기

미인블로그 | 이메일: miincontent@gmail.com